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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철 지난 블랙베리 키원의 1년 사용기

jogeum 2019. 3. 13. 02:46

문득 인터넷을 서핑하다 이상하게 생긴 폰을 봤다. 키보드가 달린 스마트폰이라 굉장히 요상하게 보였지만 예전 2g 폰을 사용하던 기억이 떠올라 왠지 한번 사용해 보면 재미있을 것만 같았다. 

마침 사용하던 lg v20 폰이 배터리가 수명이 다되었는지 반나절이면 호흡이 간당간당해 충전기로 간신히 연명하고는 했는데 이때다 이건 질러야 하는 기회야!! 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구입을 했다. 마침 초안을 작성해 둔 내용도 있고 구매한지 일년이 다되어 가는 시점에 간단히 사용기를 남겨보기로 하자.

1 구매

구매를 할 때 주의해야 되는 점은 이 제품은 헬로비전 단독 상품이라는 점이다. kt, sk 에서 제공 받을 수 있는 각종 요금 혜택이나 서비스 그리고 심리적 위안? 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만약 온 가족 할인이나 다른 할인 혜택이 있다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단 대리점 자체가 너무 없다. 신생 업체로써 당연한 이야기인가? 그래서 구매를 할 때 꽤 애를 먹었다. 누가 그랬던가? 결정 했을 때가 지르기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왠지 지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를 놓치면 안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2번째 대리점을 방문해 총 4시간이 걸려 간신히 구매했었다. 헬로비전은 cj 에서 시작한 알뜰폰 사업자이다. 기존 통신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공 ... 하기는 개뿔 ... 가격이 저엉말 싸지 않다. 내가 몇천원을 아끼려고 이통사를 바꾸려고 했나? 자괴감이 들지만 어쩌겠는가! 삶은 후회와 아쉬움 그리고 찰나의 행복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2 실물

자 이제 진짜로 폰 이야기를 해보자 일단 모양은 너무 아름답다 이전에 쓰던 폰이 너무 큰 화면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에 단단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블랙톤으로 마감이 되어 있어 왠지 고급진 인상이다. 물론 새 제품은 언제나 봐도 참 곱다. ^^; 뒷면은 우레탄 재질로 부드럽게 마감을 해 놓았지만 사자마자 케이스를 씌워 실물을 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

오랜만에 케이스를 벗겨 사진 찰칵 !!


3 키보드 

이거슨 키보드에 의한 키보드를 위한 키보드가 전부인 폰이다. 그리고 거기에 낚였던 거지 그런데 키보드를 두드릴 때 느낌이 참 좋다. 옛날 2g 폰을 사용하던 향수가 나면서 왠지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키보드를 두드릴 때 적절한 반발감으로 손가락을 튕겨내는 물리적 키가 주는 쫀득쫀득함이 할일없이 뽁뽁이를 터트릴때 느껴지는 희열이 느껴지며 이동할때나 멍하게 있을 때 아무렇게나 키보드를 두드려 삶의 로그를 적어두고만 싶어진다. 일상을 기록하기로 했던 계획대로 입력 디바이스로 훌륭한 역할을 담당해 준다. 하지만 키보드 레이아웃은 일반적이지 않다. 쿼티 배열이라 쉽게 적응할 것 같았지만 간격이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오타율이 어마어마하게 높지만 언제나 그렇듯 곧 기계에 내가 길들여지게 된다. 

키보드가 눌러질 때 느낌은 대단히 좋지만 물리적인 키 이기 때문에 손가락이 쉽게 피로해지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스마트폰의 가상 쿼티 자판으로 타이핑 할 때 보다 더 속도가 느리다. 이 폰으로 장편 소설을 집필할 계획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다. 그냥 단순 일상 기록용이거나 글 초안을 작성해 두는 정도로 타협을 하자. 

오래 사용하다 보니 아무래도 물리 키보드라 그런가 스페이스 바가 조금 뻑뻑해지는 느낌이 있다. 이건 물리 키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내구성이 조금 아쉽다. (이참에 블랙베리에서 키를 기계식으로 만들면 어떨까?)

4 화면

어떻게 보면 시간에 역행하는 폰이라 할 수 있다. 화면이 작아도 너무 작은데 비율이 요즘 대세인 16:9 가 아니라 3:2 비율이라 더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 폰으로 넷플릭스를 보려고 하면 위아래 레터박스 여백이 생겨 안 그래도 작은 화면이 더 작게 느껴진다.  딱 폰을 봤을때 키보드가 1/3 을 차지하기 때문에 더 작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사용하던 v20 폰의 화면이 커서 훌륭한 시어터이자 뮤직 스테이션 그리고 이북리더가 되었다면 키원은 예전 초창기 스마트폰을 보는 느낌을 준다. 마치 고 스티브잡스옹의 유작인 아이폰 5s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생각해 봐라 예전 아이폰 3gs 일때도 수많은 영화와 수많은 장편 소설을 봤었는데 이 정도 크기의 화면이야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다. 폰에 육체를 길들이면 된다. 


5 음질

계속 이전 폰이랑 비교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자체 DAC 을 가지고 있어 하이엔드급의 음질을 들려준다던 V20 에 비해 키원은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이어폰 시장은 블루투스로 넘어온 마당에 디지털로 수신되는 음질이야 별다른 차이를 느끼기 힘들게 되었고 좋은 블루투스를 이어폰을 사용한다면 충분하기 때문에 별다른 비교가 의미가 없다. 그냥 적당히 좋은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서 쓰자.

6 카메라 

정말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v20 은 카메라가 4개가 달려 있어 (표준, 광각 x2) 여기저기 나들이를 나설때 더이상 거추장스러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폰 하나만 들고 어디든 나설수 있는 자유함을 선사해 주었는데 키원은 단지 표준 카메라가 전면 1, 후면 1 이다. 물론 키투로 넘어오면서 후면 카메라가 2개로 늘어 났다고는 한다. … 하지만 사고나니 키투를 출시하면 내 할부는 ?? 

카메라 자체의 성능은 꽤 괜찮은 편이다. 노이즈도 잘 억제하며 어두운 곳에서도 잘 잡아주는 편이고… 물론 100만원이 넘는 기계와 비교할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냥 보급형 중에 무난한 성능이라는 이야기다.

7 성능

스펙상으로는 그다지 부족한 것 같진 않지만, 은근 메모리가 부족하다는 알림이 종종 나온다. 자체적으로 블랙베리에서 제공하는 잡다한 어플이 기동 되고 있어 초기 메모리를 많이 잡아먹는 편이다. 한번도 다른 폰을 사용할때 메모리가 부족하다는 경고를 받아 본적이 없는데 키원을 사용할때 조금 생각이 없이 쓰면 힘들다고 어플좀 종료 하라고 알림이 나온다. 게임은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 키원에서 돌려보진 않았지만, 그냥 돌아간다는 수준이지 여기에 뭔가를 크게 기대하지는 말자.

8 기타

어두운 곳에 들어갔을 때 키보드 각인에 백라이트가 은은하게 깔려 어두운 곳에서도 글을 작성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키보드에 터치패드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 위아래 좌우를 움직이기 위해 키보드 위를 화면을 스크롤 하듯 쓸어내리면 화면이 움직이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노트북의 트랙패드가 키보드에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비슷할듯하다. 


키보드가 있기 때문에 키에 단축키를 지정하여 앱을 실행시킬 수 있다고는 하지만 …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은 없다. 

9 종합

키보드가 있다는 게 정말 너무 만족스럽다. 그리고 그 외 나머지는 전부 별로 거나 중간이다. 만약 키보드로 뭔가를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살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예전에 처음 스마트폰을 가졌던 것 같은 (짧지만) 묘한 설렘을 주며 충분히 사용할 때 즐거우니 한 번쯤 (중고나 싸게 나왔을 때) 세컨 폰으로 사용해 보는 게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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